오은영 박사 (SBS TV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육아멘토)

▷ 한수진/사회자:

이젠 유치원생들 사이에서도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7살 남자 아이들이 6살 여자아이를 상대로 몇 차례에 걸쳐서 문제성 행동을 했다는 건데요. 유치원측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남자아이 부모들에게만 알렸고요. 정작 피해 여자 아이 부모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또래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장난으로 여겼다는 게 유치원의 입장인데요. 하지만 이런 일을 겪게 된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혹스럽겠죠. SBS TV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육아멘토인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이번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박사님 나와 계시죠?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일단 이런 일을 당한 여자 아이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놀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럼요. 더군다나 수차례 이런 일이 있었다면, 아마 많이 놀라고 더군다나 매일매일 재미있게 보내던 유치원에서 이랬다면 불안하고 불신도 생겼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그런데 유치원 측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장난으로 좀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던데. 실제로 이런 일이 많습니까?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실 속내를 보면 많습니다. 최근에 왜 성에 대한 문제인식이 많아졌잖아요?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는 각성들이 생기면서 예전에 넘어갔고 덮어졌던 그런 문제들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사실은 그냥 넘어가도 될 문제가 상당히 큰 문제로 부각되기도 하죠.

▷ 한수진/사회자:

최근에 기억에 남는 사례들이 있으세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이런 비슷한 일들이에요. 어린 아이들은 또 화장실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들이 화장실을 같이 쓰는데. 선생님이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에 뭐 치마를 들추거나 이런 일들이 생기면 항의를 하고. 또 상대 남자아이 부모들은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부모 싸움이 되기도 하고. 저한테 오셔서 어떤 게 옳은 이야기냐, 판결을 받으러 사실 오시죠, 제가 법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많이 있기는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경우에 보면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 치마를 들춰내고, 뭐 만지기도 했다고 하잖아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일단 들은 아이들의 부모는 굉장히 놀라셨겠어요. 그런데 이제 아주 중립적으로, 객관적으로 말씀을 드리면요. 아이들이 심리적 발달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연령에 따른 성장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6살, 7살이면 만 나이로는 5살, 6살인데요. 요 연령대 아이들의 심리 발달 특징을 보면요. 청소년이나 성인들이 생각하는 성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하고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편 여자 아동을 성의 대상으로 생각했다고 보기는 좀 어렵죠. 그래서 상대방 여자아이한테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여자, 남자애 할 것 없이 이 때 연령 때 아이들은요, 호기심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제 호기심을 갖게 되면, 대개 세상을 탐색하게 되는데요. 손이나 발은 자기하고 똑같이 생겼잖아요. 그런데 이제 성기는 자기하고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상당히 궁금증을 갖게 되죠. 특히 치마는, 저 안에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대개는 호기심에 대한 탐색으로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장난 같은 행동을 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건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거는요. 뭐 이것을 무슨 성행위의 가해자, 이렇게 아이들을 보면 물론 안 되겠지만요. 그리고 어른들은 “장난 아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난이고 호기심에 대한 탐색이라 하더라도 이 연령대 아이들이 쉽게 행동으로 옮기는 장난은 아닙니다.

대개 아이들이 집에서 가정교육을 받아서 이런 행동은 아무리 궁금해도 대개 안 하거든요. 그래서 그 나이의 아이들이 쉽게 선을 넘어서 많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그 남자아이들의 부모는요. 각자 아이들에 대한 파악이라든가 점검을 꼭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그 시기에 그냥 거쳐 가는 장난 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보면 다른 문제의 어떤 문제 양상이 드러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꼭 반드시 점검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지금 한명도 아니고, 남자아이들 여럿이 그랬다고 하니까. 어른들 시각에서는 무슨 집단 추행 사건처럼 그렇게 비춰지기도 하고. 또 어떤 보도를 보면 “유치원생이 성추행을 하다니” 이런 제목의 기사도 달았더라고요. 그런 식의 시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분명이 여기에 대해서는 교육은 필요하다, 문제성 있는 행동인 건 분명하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특히 성문제에 대해서 어른들은 어른의 시각으로 자꾸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예를 들어서 아이들이, 특히 돌 전에 아이들이 손가락을 입에 넣으면, 어른들은 이것이 더러운 위생에 나쁜 행동이라고 보지만 아이들은 사실은 그걸 통해서 굉장히 만족감과 충족감을 느끼거든요. 이처럼 조금 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박사님, 이 남자 아이들한테는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 건가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이 아이들도 어린 아이들이잖아요. 물론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피해 여자 아동의 부모님은 굉장히 서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정확하게 말씀 드리자면, 아이들은 늘 어른들이 가르쳐주어야 되는 대상들입니다. 이러한 문제 행동도 이번을 기회로 이 남자애들도 배워야 돼요. 그리고 유치원이라는 곳, 집이라는 곳은 늘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거든요.

이런 문제를 너무 성적인 문제로 부각을 시켜서 아이들이 가해자가 되고, 유치원이나 집안이 판결을 하는 곳이고, 이렇게 된 것은 사실 굉장히 가슴이 아파요. 그렇지만 이 남자애들은 반드시 이번에 교육을 받기는 받아야 됩니다. 아무리 장난이라도, 친구들이 잘 하지 않는 행동을 너희들이 선을 넘는 건, 너희들이 문제가 있다란 이야기를 해줘야 되고요. 또 상대 여자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야기를 해줘야 될 것 같아요. 네가 아무리 장난이라도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여러 차례 했다면 그 아이는 굉장히 놀라고 속상하고 그랬을 거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줘서 피해 여자 아동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고, 그걸 통해서 자기의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는 도와주셔야 될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여자 아이 입장에서는, 앞서서도 말씀하셨지만 여자 아이 부모님들은 참 또 고민되실 것 같아요, 이런 소식 들으면. 만약에 아이가 이런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으면 참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참 어려운 이야기인데요. 어쨌든 답은 담대해지셔야 될 것 같아요. 왜냐면 담대하게 대하지 않으시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요. 일단 너무 과잉대응을 해서 유치원 가서 난리를 치고 화를 내시면 아이들은 다르게 생각을 해요. ‘아, 이게 내가 부모한테 이야기했더니 이게 문제가 더 비화가 되어서 내가 설 자리가 없고, 문제가 커지는구나, 내가 다음부턴 절대로 이런 이야기 엄마 아빠한테 하지 말아야겠다’

▷ 한수진/사회자:

입을 닫아버리게 되는군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그래서 아이들한테는 담대하게 마음을 좀 진정을 시키시고요. “이야기를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 언제나 엄마 아빠는 네가 어려움에 처하면 네 편이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라는 보호자 역할을 제대로 하셔야 되고요. 또 부모가 너무 속상해하고 울고 막 이러면요. 아이가 오히려 자기로 인해서 부모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면에서 담대해질 필요가 있죠.

일단 부모는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편안하게 끝까지 들어주셔야 되고요. 그 다음에 아이를 좀 위로해 주셔야죠. “그래도 어쨌든 놀랐겠다, 그리고 여러 번 그랬다면 네가 굉장히 당황스럽고 그랬겠구나, 그리고 알려주어서 고맙다” 라고 이야기를 해주시구요. 그 다음에 아이에게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요. 기록을 좀 해놓으시는 게 좋아요. 나중에 이제 왈가왈부하게 되다보면 앞뒤 말이 바뀌고 이러니까요. 여러 번 똑같은 걸 아이에게 자꾸 이야기하다보면, 이 물어보는 것 자체가 추궁처럼 느껴져서 아이들이 굉장히 당황 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 들을 때 정확하게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유치원에 알리셔서 상대 부모님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 쪽 부모를 만나야 되겠죠. 만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교육이니까요. 피해를 입은 아동 뿐 아니라 장난, 문제 행동을 했던 아이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교육이 일어나야 되니까 충분히 논의를 하고 또 아이들끼리 좀 서로 사과하는 과정, 이런 게 좀 필요하겠죠.

그런데 사과를 너무 일찍 시키는 것은 별로 문제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 됩니다. 영혼이 없는 사과라고 하죠, 그냥 말로만 미안해하고 끝나는 것은 교육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요. 충분히 점검을 하고 그 다음에 각자 부모가 아이를 잘 가르치고 그 다음에 만나서 서로 이제 좀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필요가 있죠.

▷ 한수진/사회자:

유치원측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번에도 보면 해당 교사는 남자아이 부모에게만 알리고 여자아이 부모에겐 알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건 잘못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저는 이런 일을 겪을 때 느끼는 게, 자식 키우는 건 사실 같은 마음이잖아요? 더군다나 아주 어린 아이들은, 그러니까 피해를 입었어도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또 피해를 준 쪽의 부모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또 문제 인식을 가지면 대개 가정교육을 부모한테 맡기게 되거든요.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말을 듣고 대개 끝내는데. 대개 이제 유치원에서는 이런 일들이 유치원에서 일어나니까 본인들이 겁도 나고 당황도 하다 보면 소극적 대처를 하게 되요. 그래서 소극적인 대처가 오히려 불신을 키우고 상대 편 부모에게 불안하게 만드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이런 상황일수록 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상황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출처 : 한수진의 SBS전망대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638240&plink=ORI&cooper=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