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A(15)군 아버지 B(56)씨의 학대는 A군이 한 살이던 때부터 시작됐다.

14년전인 2001년 7월 B씨는 부부싸움 도중 흉기를 들고 아내를 위협했다. 끊임없는 가정폭력을 참다못한 A씨의 어머니는 14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흥분한 B씨는 경찰과 대치하던 중 A군을 14층에서 베란다 밖으로 던진 뒤 자신도 뛰어내렸으나, 출동한 소방관들이 설치한 안전매트 위로 떨어져 둘 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B씨는 친아들을 아파트 밖으로 던진 혐의(살인미수 등)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A군은 한동안 평온한 삶을 보낼 수 있었다.

자유도 잠시, A군은 출소한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했고 그와 동시에 무차별적 폭행에 시달렸다.

2009년 겨울, B씨는 아들이 고작 8살인데도 턱걸이를 못한다는 이유로 아들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허리띠로 마구 때렸다. 쇠젓가락으로 뒤통수를 때려 두피가 찢어지기도 했다.

작년엔 격투기를 알려주겠다며 주먹과 발로 온몸을 때렸다.

지난 3월 A군은 아버지가 소주병 깨진 부위로 찌르려고 달려드는 걸 막으려다 팔뚝 근육이 5㎝가량 파열됐고 영어로 대답하지 못한다며 머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귀 부위가 찢어졌다.

수년간 반복된 폭행에 A군은 결국 우울증에 걸렸고, 최근엔 흉기로 자해하는 등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아이의 이상징후를 발견한 친척들의 신고로 가까스로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친권'을 가진 아버지는 언제든지 A군에게 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상습아동학대 등으로 다시 구속기소된 B씨에게 지난 8일 징역 4년 6월을 선고했고, 몇년만 지나면 B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A군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용규)는 다분히 재범 우려가 있는 B씨에 대해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A군도 "아버지와 살기 싫다"는 의사를 밝혀와 친권상실 청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건을 담당한 최정민 검사는 "부모의 도움으로 성장해야 할 아동이 오히려 부모로부터 악영향을 받아 자해할 정도가 되는 경우라면 아이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친권을 박탈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B씨에 대한 친권상실 청구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친권상실 절차나, 형사재판과정에 대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직권으로 국선변호사를 선임해줬으며, A군에 대한 경제·의료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기관에 지원의뢰를 요청하는 등 사후관리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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