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한해 평균 15만건…끊이지 않는 '괜찮사' 비극

가정불화 등 원인 존속살해로 무기징역 확정 13건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4.09.09 08:00:00 송고


"괜찮아 사랑이야" 방송 장면. © 지티엔터테인먼트, CJ E&M 2014.08.27/뉴스1 


장재열은 어린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 줄곧 맞고 자랐다. 반복되는 폭력 속에 장재열은 방 안에서 형 장재범을 때리는 아버지에 대한 방어기재로 칼을 들었고, 아버지가 넘어지면서 장재열이 쥐고 있던 칼에 찔려 쓰러졌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장재범이 아버지의 몸에서 칼을 빼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전과가 있던 장재범은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수감되면서 자신을 범인이라고 지목한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분노를 키워왔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인(死因)은 어머니의 방화였고 어머니는 해리성(解離性) 장애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 장재열은 형에 대한 죄책감으로 환시(幻視)가 보이는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을 앓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한 장면이다. 의붓아버지의 계속되는 가정 폭력으로 어머니와 형제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비극은 드라마에서만 벌어지는 가상의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9일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상담소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가정폭력 피해자는 한 해 평균 15만여명에 이른다. 이가운데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은 한 해 평균 2569건, 수사 및 법률 지원은 한 해 평균 3만4700여건 실시되는 등 가정폭력은 중요한 사회문제다. 

하지만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형벌은 가벼운 편이다. 단순 폭행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존속폭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에 처해질 뿐이다. 

울산에 사는 강모씨는 별 다른 이유 없이 상습적으로 자신의 아내에게 시비를 걸고 폭행을 가했다. 강씨의 폭행은 아내 뿐만 아니라 두 아들에게도 이어졌고 집 안 문이나 가구를 손괴하고 흉기로 아내의 배를 찔르는 등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강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상습폭행) 및 집단 흉기 등 폭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한 범행으로 범행 수법의 위험성, 보복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피해자인 아내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고 폭력 범행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가정폭력과 불화는 존속살해 등 끔찍한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자주 등장한다. 2005년 이후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건은 총 13건에 이른다. 

부산에 살던 김모씨는 200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부모가 이혼 후 재산분할 소송이 진행되면서 지속적인 가족간의 갈등을 겪었다. 만성적 우울감과 심리적 긴장상태였던 김씨는 군입대하여 총을 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빠져 지난해 9월 부산시 동구 자신의 집에서 잠자던 어머니와 여동생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모씨는 직업군인인 아버지로부터 폭행과 폭언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어머니는 정신질환을 앓는 등 불우한 성장과정으로 반복적 우울증을 앓았다.

환각과 환청을 겪던 박씨는 지난해 1월 새벽 자신의 집 연탄 화덕에 불을 붙여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 형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고 역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2010년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했다고 잔소리하며 때린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잡고 흔들어 질식사하게 했다. 당시 A씨는 강간치상 2차례 전과와 살인죄 및 미성년자 강간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감형되어 출소된 상태였다.

A씨는 어머니가 사망한 것을 알고 크게 울면서 자살을 결심하고 집에 불을 질렀지만 두려움에 뛰쳐나왔다. 이웃주민과 동생에게는 집에 불이나서 어머니가 죽었다고 변명했지만 결국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강모씨는 평소 종교에 몰두해 교회 일에 전념하면서 자신의 신상문제는 신경을 쓰지 않는 친어머니와 양아버지에게 소외감을 느끼고 불만을 품어왔다. 강씨는 가족들이 잠들자 집에 불을 질러 부모는 목숨을 잃고 강씨의 이복동생은 전치 10주의 화상을 입었다.

법원은 부모 사망 보험금으로 변호사 비용에 충당하려고 하고 살아남은 이복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진지한 반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강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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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1.kr/articles/?1849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