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노출 고3 친형 찔러 숨지게한 고1동생 참회의눈물 "국민참여재판서 무죄"

입력 2015-07-03 23:21  
가정폭력 노출 고3 친형 찔러 숨지게한 고1동생 참회의눈물
“가정폭력이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이 된 듯해 부모로서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와 배심원에 감사드립니다.” 

고3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10대 고교생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마성영 부장판사)는 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임모(15·고1)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폭력을 제지하려고 흉기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고, 흉기로 찌른 곳이 급소라는 것을 인식할 수 없었던 만큼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없이 재판부가 임의로 판단할 수 없어 피의자를 석방한다”고 판시했다.

무려 10시간 가량 진행된 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되자 법정은 술렁였다. 아직 얼굴에 젖살이 남은 앳된 얼굴의 임군은 피고인석에 서서 고개를 떨어뜨린 채 흐느꼈고, 방청석에 있던 부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형제의 비극은 지난 4월 1일 오전 2시쯤 춘천시 후평동의 한 다세대 주택 2층에서 벌어졌다.

고3인 임군의 형은 술에 취한 채 귀가해 만화를 보던 동생의 배를 밟고 주먹으로 옆구리 등을 수차례 때렸다. 이에 임군이 밀치며 반항하자, 형은 임군의 목을 팔로 감아 조르기 시작했고 임군은 ‘살려달라'고 외쳤다.

형제들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옆 방에서 잠을 자다가 깬 이들의 부모는 서로 떼어 놓았다.

그러나 평소 형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던 임군은 주방에 있던 흉기로 형의 가슴 부위를 한 차례 찔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형은 과다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숨졌고, 임군은 형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동생이 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큰 다툼이 없었다. 쟁점은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 동생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냐, 아니면 고의로 살해한 것이냐의 판단이었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임군의 아버지는 “숨진 큰 아들의 폭력 성향은 오래전 가정폭력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며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성장해 결국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속적인 폭행 피해로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친형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범죄”라며 “다만 피고인도 지속적인 괴롭힘의 피해자인 점, 부모가 탄원한 점 등으로 미뤄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피해자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폭력의 대물림으로 인한 피해자”라고 지적한 뒤 “친형을 다치게만 하려는 의도였을 뿐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며 “한 자식을 잃고 또 다른 자식을 교도소로 보낸 부모의 마음을 부디 헤아려 달라”고 변론했다. 

최후 진술에 나선 임군은 “당시 조금만 더 참았어야 했는데, 후회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가족과 형에게 너무 미안하고 형이 너무 보고싶다”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임군에 대한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도 이를 존중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임군이 운전면허 없이 오토바이를 운전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