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전국 청소년 1천여명 조사결과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우리나라 청소년 중 54.3%가 정서적·신체적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중 코피가 나거나 몸에 멍이 들 정도의 신체적 피해를 본 청소년도 적지 않아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5일 김승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2013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실태 조사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청소년 가정폭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가정폭력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를 질병관리본부가 14일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개최한 제16차 손상포럼에서 발표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청소년 1천69명(초등학생 351명, 중학생 349명, 고등학생 369명)이었다.

그 결과, 정서적 가정폭력에 시달린 청소년이 328명(30.8%)으로 가장 많았고 경미한 신체적 폭력 178명(16.7%), 중한 신체적 폭력 73명(6.8%), 방임 41명(3.8%) 순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특히 중한 신체적 가정폭력을 당한 청소년의 문제가 심각했다. '주먹이나 발로 세게 맞았다'는 응답이 50명(4.7%)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벨트, 몽둥이, 골프채 등으로 엉덩이 이외의 부분을 맞았다'는 청소년도 36명(3.4%)이었다.

경미한 신체적 폭력으로는 '회초리로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렸다' 132명(12.3%), '손바닥으로 뺨이나 머리를 때렸다' 93명(8.7%) 등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서적 폭력의 경우 '때리겠다고 위협했다' 143명(13.4%),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 270명(25.3%), '욕설을 퍼붓거나 악담을 했다' 111명(10.4%), '집에서 내쫓겠다는 말을 들었다' 108명(10.1%) 등이었다.

그 외 부모에 의해 화상을 입거나(2명), 칼·가위 등으로 위협을 받은 청소년(3명)도 있었으며 심지어 부모가 자신의 목을 졸랐다고 응답한 청소년(1명)까지 있었다.

이로 인해 코피가 나거나 얼굴에 멍이 드는 등 신체적 피해를 본 청소년은 146명(13.7%)이었다.

김승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가출 또는 학업중단을 한 청소년 사례까지 포함한다면 이 수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미한 수준이라도 신체적 가정폭력에 빈번하게 노출된 청소년이라면 피해가 몸에 누적돼 상처 및 질병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같은 청소년 가정폭력 문제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신고 및 상담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폭력을 당한 청소년이 회복할 수 있는 센터를 구축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이 불합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선 이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과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실제 피해 청소년의 증언과 아동·청소년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건강한 가정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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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15 06: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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