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남성모임 ‘시시콜콜’ 회원들. 이들은 지난해 젠더폭력 해결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왔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성매매 반대 남성모임 ‘시시콜콜’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는 이색 남성모임이 있다. 이름은 ‘시시콜콜’. 성매매를 반대하는 남성들의 모임이다.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에서 권력과 책임이 과잉화돼 있는 남성성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새로운 남성 섹슈얼리티를 고민하자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그런데 ‘시시콜콜’이라니? 윤하람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활동가는 “그런 고민이 무거워 감당할 수 없어 침묵하지 않도록 가볍고 수다스럽게 공감하고 소통하자는 의미로 이같이 작명했다”며 “‘시시콜콜’은 왜곡된 성의식에 질문하는 유쾌한 남성들의 수다회”라고 말했다.

‘시시콜콜’이 생긴 과정은 이렇다. 2002년 전북 지역에서 성매매 반대를 위한 집결지 아웃리치에 참여했던 자원활동가 중 남성그룹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남성들이 무엇을 할지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성매매를 반대하고 평화를 가꾸는 남성모임 ‘해냄’ 활동이 시작됐고 2007년 평화워크숍도 열었다. 그러다 ‘해냄’ 활동은 잠시 중단됐다.

2012년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 ‘반성매매 천개의 길을 찾다’는 주제로 연속집담회가 열렸고 그 과정에서 ‘성구매와 남성문화’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그후 2012∼2013년 성매매 문제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을 묻는 주제로 남성포럼이 열렸다. 탈성구매는 가능한가, 성구매는 자발인가 비자발인가 등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해온 성매매에 대해 오히려 성매매는 남성 문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남성포럼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일터를 옮기게 되면서 모임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가 지난해 새로운 구성원들이 모이면서 남성모임 ‘시시콜콜’이 시작됐다.

지난해 4월 27일 ‘시시콜콜’ 첫 모임이 열렸다. 주제는 ‘남성모임 같이 하실래요’. 다양한 주제를 얇지만 두루두루 다뤄보며 공감대를 확인한 자리였다. 5월 9일에는 ‘남자의 눈물과 고독’을 주제로 모였다. 보통 남성들은 우는 일을 약점으로 인식한다. 약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남성사회에서 대단히 불리하고 실패자처럼 보이는 문화 탓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개인의 고통과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눴다. 동성 친구 간에도 잘 하지 않는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고 그것이 자신의 약점이거나 패배감 때문이 아니라 인간으로 당연히 느끼는 고통과 감정임을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남성섹슈얼리티에 대해 새로운 관계망과 대안적 남성성에 대한 공감을 얻기 위해 기획된 자리였다.

6월 17일 주제는 ‘남자도 때로는 남자가 무섭다’. 여성혐오 범죄에 대해 남성들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 토론했다. 동성사회 안에서 남성도 남성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 개인적 경험도 나눴다. 대부분 군대 경험을 이야기했다. 권력관계에서 상대적 약자라는 경험을 통해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은 여성들처럼 일상에서 성범죄나 폭력 위협을 느끼는 경험은 거의 없었다. 여성들과 다른 일상의 공포와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구조적으로 확인시켜줬다. 성별 권력관계와 젠더 차별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실상을 인정하고 함께 공감했다.

7월 26일 주제는 ‘성구매 수요 차단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 나누기’. 한국사회의 성구매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토론했다. 어린 시절 잘못된 성인식에서 출발하는 왜곡된 남성 성문화에 대해 자각하고 남성중심문화 안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집단문화 안에서 성관계를 많이 하거나 많은 여성을 만나야만 남자로 인정되는 현실에 대해 짚어봤다. 성구매를 하지 말자는 선언이나 반대 활동이 주류 문화안에서 미약할 수밖에 없음에 대한 회의 섞인 푸념도 나왔다.

9월 7일엔 공중파에서 방영된 소라넷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토론했다. 남성들의 성문화가 어디까지 와 있고 얼마나 심각한 일상의 범죄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토론했다. 10월 19일엔 성구매를 반대하는 남자들의 토크 버스킹을 기획했다. 평소 실내에서 했던 대화를 마이크를 잡고 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마련됐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올 한해 계속 주제를 갖고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남성중심사회에서 남성이라면 당연하다고 인식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남성이어서가 아니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할 인간의 기본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또 젠더폭력에 대해 감수성을 갖고 사회적 약자와 여성폭력, 인권에 대해 함께 공감하는 남성모임으로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윤 활동가는 “시시콜콜이 남성중심사회에서 잘못된 남성문화를 비판하고 성찰하는 모임, 성구매를 반대하고 여성폭력에 대한 민감성과 인권감수성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싶은 남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처

1426호 [사회] (2017-02-05)
박길자 기자 (muse@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