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꼭 받아라" 강요도 데이트 폭력
한인가정상담소 주최
자녀 이성교제 세미나


7일 한인가정상담소에서 열린 '자녀의 이성교제와 데이트 폭력'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데이트 폭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7일 한인가정상담소에서 열린 '자녀의 이성교제와 데이트 폭력'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데이트 폭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청소년 3명 중 1명 피해 경험
가해자 대부분 폭력 인지 못해
피해자 역시 '학대도 사랑' 오인


#고등학교 1학년인 A군은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겼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지만 여자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종종 전화도 받지 않아 애를 태운다. A군은 불안한 마음에 '왜 전화를 안 받아? 다른 사람하고 있었지'라고 문자를 보냈다. 여자친구가 해명하자, "다음부터 내 전화는 꼭 받아라"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중학교 3학년인 B양은 고등학생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고민이 생겼다. 남자친구가 강압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B양은 싫었지만 한국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녀 관계에 있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위의 두 상황은 엄연히 '데이트 폭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 7일 한인가정상담소에서 열린 '자녀의 이성교제와 데이트 폭력' 세미나에서는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인지하지 못한 채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의 형태들이 소개됐다.

데이트 폭력이란 연인 관계에서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행동들을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가정폭력방지 부서의 제니퍼 오 매니저는 "A군처럼 가부장적인 한인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B양 역시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노출된 데이트 폭력 장면을 보면서 잘못된 남녀 관계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B양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들이 갖는 보편적인 생각에 빠져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파트너들의 질투심, 소유욕 그리고 신체적 학대조차도 '로맨틱'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즉, 파트너의 질투 어린 행동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실제 청소년 데이트 통계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를 한 청소년의 3명 중 1명이 성폭력, 신체폭력과 위협 등 데이트 폭력이나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매니저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들 역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에 대해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 4명 중 3명은 청소년 자녀와 '건강한 이성관계'에 대해 대화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청소년 남자아이의 74%, 여자아이는 66%가 부모와 지난 한해 동안 데이트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는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열린 첫 세미나다. 심도깊은 행사를 위해 선착순 10명의 부모들을 모아 소그룹으로 진행됐다. 가정상담소측은 "참석한 부모들이 강연 내용을 꼼꼼히 메모하는 등 호응이 높았다"면서 "자녀의 이성교제와 데이트 폭력에 관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출처: 미주중앙일보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4585735